일상다반사/신변잡기

마시멜로이야기

겐도 2006. 7. 21. 15:57
ISBN : 8947525472

yes24의 자기관리 카테고리에 있는 많은 책들중엔 인생의 큰 목표를 세우고 거기를 향해 정진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많다. 거기에 따라 시간관리, 계획관리라던가 다이어리나 메모를 사용하는 방법 등등의 디테일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 책들을 읽고 따라 해 보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하다가 이 책을 일고 무릎을 딱 치게 되었다.

마시멜로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초코파이의 가운데 든 하얀 부분이다. 불에 구워먹기도 한다. 완전 한국식으로 번역하자면 호랑이도 탐을 낸다는 '꿀떡'정도?

대성한 사장과 그의 운전기사간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소위 '마시멜로 테스트'가 초반에 등장하는데 어린애들을 혼자 있게 하면서 앞에 마시멜로를 놓으며 15분 후까지 그것을 먹지 않으면 2개를 주겠다라고 한다. 일부는 참아서 2개나 먹고 일부는 참지 못하고 먹어치운다. 인생도 이런 두 부류로 나누어 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참을성 이야기는 아니다. 미래에는 두개 혹은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에서 눈앞의 이익을 보류 할 수 있냐는 문제이다.
우선은 당장의 이익을 보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이익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임금을 받는 방법중 하나는 첫날 100불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첫날 1불이고 이후부턴 그전날 임금의 두배를 계속 받아나가 한달을 채우는 조건이 주어졌을데 후자의 마지막 날 임금을 생각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의 30승이라는 숫자를 수학적으로 생각해 낼 수는 있지만 저 상황에서 마지막날에 2의 30승이 될거라는 생각은 하기 힘들것이다.
다른 능력으로 역시 의지다. 책에서 기사는 마시멜로를 사들고는 하루에 하나씩 먹으려다가 참아 보기로 한다. 그날 먹지 않은 마시멜로는 다음날 먹을 수 있어 그날엔 하나 더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달후 기사는 자신이 5억개의 마시멜로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의 이익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위에서는 남이 주는 기회라 계산하기에 편하지만 실제로 그런식으로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 스스로가 눈을 번뜩이고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책이 그렇게 두꺼운 편이 아니라 아침/저녁의 출퇴근 시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밤에 곰곰히 생각해 봤다. 금연을 예로 들면서. 단순히 담배를 끊어야지라는 목적을 세웠다면 당장의 스트레스에, 친구나 동료의 유혹에 쉽게 다시 피게 된다. 정말 독한 사람이라 한동안 안핀다 해도 유혹에 항상 시달릴 것이다. 눈앞의 마시멜로는, 팔만 뻗으면 된다는 그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는 막연한 목적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굵게'라는 말로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는가.
이정도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책에서 말하는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는 Weekly Compass에 당장의 계획을 세우는 시스템이 어떤 의미인지. 담배를 끊고 싶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선 건강도 필요하고 만남시의 불쾌감 해소도 필요해서 금연이라는 마시멜로 참기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 중간 목표가 된다면 금연이 필수조건이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리고 20대의 후반이 되면서,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가 거의 정해져 간다라는 생각이 엄습해 오면서 부터 난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국민학교에 다닐때만 해도 과학자, 의사, 장군이란 꿈을 가졌고 이후 특정 분야로 까지 꿈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거쳐왔음에도 어느 순간 리셋시켜 버린 것이다. 쌓아 온 것이 너무 많아 그것을 지키기에도 힘들고 먼 곳까지 고민하기엔 가까운 고민도 너무 많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지금까지, 그리고 당분간 차분히 미래를 다시 설계해 보기로 생각했다. 책의 그 기사처럼 현재의 리뷰도 필요하고 목표의 설계도 필요하다. 현재는 봉인중인 다이어리를 다시 열게 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 예상이 된다. 물론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PS. 책의 첫 부분을 보면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업부사장이 대기업에 통으로 납품할 수는 없지만 일부만 팔면 쉽게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허나 사장은 끈질기게 설득하여 통으로 납품하게 된다. 장기적인 기업 비전을 봤을 때 당장의 소규모 납품은 마시멜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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