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신변잡기

직급상승이 가져다 주는 개발자의 애로사항

겐도 2008. 2. 20. 14:48
비즈니스 현실감각 1(기업경영감각) 상세보기
마크 매코맥 지음 | 길벗 펴냄
스포츠 제국 황제 마크 매코맥의 전설적 경영 노하우! 비즈니스는 혁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그 위기를 시험해야 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교육에서는 구태의연하게 지나간 과거만을 가르친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된 <하버스 MBA에서도 배울 수없는 비즈니스 현실감각>중 1편ㅣ '기업경영감각'으로 주로 기업경영을 위한 비즈니스 현실감각에 초점을 맞추었다.
요즘 보고 있는 책으로 현재 2권 초반을 보고 있다. 일, 사람, 돈, 시간, 고객등을 다루는 방법이 주루룩 나오는데 사람파트에서 문득 느낀점.

모든 개발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본인의 특성을 나열해 본다면, 일반인들의 용어보단 전문용어를 사용하고 생각도 정상(?)적이지 않으며 남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보단 자신의 생각을 직접 구현해 버린다. 근태관리는 안드로메다에 가 있고 이른 아침보단 저녁식사시간 앞뒤가 가장 효율이 좋고 24시간 일에만 매달리나 효율성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커다란 모니터 뒤에 숨어서 (전통적인 근태관리측면으로 봐서는) 딴짓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장단점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단점을 모두 해결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으로 장점만 갖추어야 할 사람은 CEO 정도나 될것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단점의 극복보단 장점의 극대화가 더 중요하다. CEO가 넓이를 커버한다면 직원들은 깊이를 커버한다. 관리자는 아래 직원들의 특성을 위해 보듬어 주는 스킬이 필요하다. 한 일주일간 잠적했다가 신기한 구현을 들고오는 개발자가 있다면 회사에도 잠적할 수 있는 그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원한다면 그 어떤 간섭도 막아주는 것이 관리자가 고려해 볼만한 사항일 것이다.

문제는, 그 잠적 전문 개발자가 관리자가 되었을 때일것이다. 조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병아리감별사가 된 마냥 회사 생활의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게 변한다. 준비되지 못한 개발자가 팀장이 되었을때 겪는 문제점이나 자신은 영원히 개발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것이 이런 이유등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의 장점만을 생각하며 단점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다가(혹은 심지어 장점 발현을 위한 당연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들이 이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직책에 대한 적응 이전에 환골탈태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어디가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채 분쟁의 한가운데 내동댕이 쳐진다.

많은 개발자 출신의 관리급 팀장들의 특성중 하나라면 당연히 자신보다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팀원들의 코딩 품질에 불만을 가지고 그들을 질책하고, 대다수의 경우 자신이 밤새서 작성한다라는 점이다. 말단 코더로서는 그가 장점을 가지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관리자의 위치로는 회사에서 그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란 사실을 잘 모르게 된다.

현대의 승진 스케줄상 30대 중후반부터 40대 초중반까지의 중간관리자 포지션. 그리고 그 직전 대리나 과장급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변화일 것이다. 우선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일부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CEO가 아닌 이상 자신의 단점을 커버할 상급 관리자가 있다. 단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한순간에 다 완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정말 날카로운 엣지 하나만으론 입사는 가능해도 유지는 힘들어 질 것이다. 다른 것들은 기본적으로 평균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 요구 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그저 20대 중반정도로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이다. 이래저래 사고치고 와도 어리광 받아줄 팀장은 있지만 사고치고 오는 팀원은 없고, 보듬어짐을 당하는 입장이 아무래도 편하다. 중간관리자 이상에 대한 책을 볼때마다, 특히 정상급 정도 되면 이게 인간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허나, 현대의 인간 직업체계에선 별 수 없는 것 같다. 시골가서 농사 지을 것이 아니면 현실에 적응 하는 수 밖엔 없다.

가끔 나의 단점 리스트를 늘어 놓고는 수정 전략을 세워보다가도 비명을 지른다. 아직은 어리광인지도 모른다. "귀찮은 것들은 팀장이 알아서 하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끝자락 말단에서 떠나온지 5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나의 변화는 때론 나의 인생의 가장 큰 괴로움이기도 하다. 허나 프로그램을 옵티마이즈 하듯, 항상 개선해야 하는 부분인것 확실할테다.

PS.
저책에서 또 밑줄 그은 한 구절이라고 한다면,
회사 직원들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면 CEO가 빛나는 것. 심지어 CEO도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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