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연애, 사랑, 감정

이것이 그대와 나의 마지막 인연일지라도..

겐도 2005. 6. 7. 18:48
블로그든 뭐든 공공적으로 잘 나가려면 이런 주제는 매우 피해야 하지만 내가 가진 여러 미디어 중에 가장 안전하게 오늘의 감정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에 정보를 찾아 들어오신 접속자분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는.. 정보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고 전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이 부분은 나에게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최근에 후배에게서 들은 말중에 인간이 왜 악마와 계약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악마가 인간의 영혼을 댓가로 소원을 들어주는 시스템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불가능해 져 버렸다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영혼을 담보로 비는 소원이 타락해 버려.. 소원을 100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거라고 해버린답니다. 그리고 처음에 비는게 영혼 가져가지 마라는 식이 되겠죠. 이후 엄청난 소원을 빌어버리겠죠.
저도 인간인가 봅니다. 적어도 어제까지 제가 가진 유일한 소원이자 욕심이라고 한다면 그사람을 한번이라고 다시 보고싶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은 이루어 지지 않겠지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이루어져 버렸습니다. 이윽고 끝없는 욕망이 가동되어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달까 손을 스쳐... 아니 까짓꺼 잡아 본다던가.. 방금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발전한 저 생각들은 심지어 H하고 X하게까지 발전해 버리더군요. 정작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오늘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한 한달전 이전부터 낌새를 차렸는데 그 이후 여기에 참석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 친구만을 놓고 본다면 화성에서 한다면 걸어서라도 가보겠습니다만 거기에 참석을 예상할 수 있는 한명때문이겠죠. 9년전 마음을 추스리면서도 한번 볼 수 있을만한 기회가 바로 이 친구의 결혼식이었고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일 핑계로 빠질까.. 아니면 늦잠을 자버릴가 까지 생각해 봤습니다만 정작 몸은 일주일동안의 피로는 뒤로 한채 행여나 시간에 늦을까 밤을 새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뭘 했느냐.. 혹시나 집에 태워달라는 상황이 발생할까 밤새도록 손세차장에 가서 세차는 물론 시트에 왁스칠 하고 브레이크 패달에 광까지 내버렸습니다. 평소 집구석 상태를 보자면 정말 미!친!짓!을 해버렸습니다. --;


너무나.. 일찍 식장에 도착한고로 덕분에 뭐 결혼하는 친구랑도 잘 놀았습니다만 식이 시작되고 끝나도록 그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대충 아쉽네 하는 감정과 오히려 다행이다 등의 생각을 하고는 졸린 정신상태를 감안하여 빨리 집에 가서 잠이나 자려고 했습니다만 다른 친구가 매우 늦게 도착할 거 같은데 오랫만에 본다고 대기 명령을 내리는 통에 뭐 할일도 없는데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 안의 공기가 달라짐을 느끼고 문득 눈을 돌렸을 때 저 멀리 어떤 여자의 뒷머리를 보고는 시간이 멈처 버렸습니다. 마음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당해버렸습니다. TV의 드라마라면 이정도 장면에서 정지 장면 만들고 주제곡이 서서히 볼륨업이 되며 과거의 장면 몇개 지나가고 다시 아까 그장면.. 이후 다음주 이시간에를 내보내었을만한...

이후 장면은 재미 없습니다. 연락처를 주고 받거나 심도있는 대화는 커녕 인사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고 머리는 완전히 비어 버리고 말은 안나오고 등등등. 그사람은 지하철 타고 갔고 저는 같은 방향의 다른 친구를 태우고 왔습니다. 친구 내려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랑 정면충돌할뻔 하고 7명을 주말상해보험금을 타게 해줄뻔 한 거 이외에는 별 일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영화나 드라마라면 작가에게 사바사바 해서 그 이후의 에피소드가 생기도록 하겠습니다만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사는 그 두사람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죽기전 꼭 이루어 지길 바랬던 소원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진행되버린 고로 약간은 억울하지만 뭐 이것이 그사람과 저의 인연의 한계인가 봅니다.

내일까지만 좀 우울해 하다가.. 월요일 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요. 더더욱 바빠 질 것이고 더더욱 바쁘려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10년이란 시간동안 악마에게 저의 영혼을 바치고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면서 이제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그 악마에게 사은품 하나 신청해 보렵니다.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사람의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습니다.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끊임없죠.

~~~~~~~~~

그사람이 저에게 뺐어간 것이 있습니다. 미의 대한 기준이죠. 이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그사람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없습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오늘 봤을때 약간 변동이 생겼습니다. 10년전의 그모습이 아니라 오늘의 그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런 짓은 일요일 까지만... 장기간 방치하기엔 너무 위험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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