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신변잡기

연애의 목적

겐도 2005. 7. 4. 01:26
일전에 "이것이 그대와 나의 마지막 인연일지라도.."라는 글을 쓰고 나서는 후딱 밀어버리려 했으나 아링님의 코멘트로 부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연애의 목적이란 글을 보게 되었네요. 영화제목입니다. 배우가 누구인지 감독이 누구인지 전혀 아는 바 없으나(연애쪽에는 상당히 약합니다.) 최근에 영화관에서 본 전무후무한 영화라 할 수 있고 또한 그 내용이 여러가지 생각을 끄집어 내고 있다 보니 글을 참을 수 없군요.

일단 영화에 대한 논평을 대자면 감독이 비슷한 말을 한거 같은데 연애의 목적은 연애 그자체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관객을 위한 보너스신으로 베드신두번인가 보여준거를 제외하고는 애뜻하다거나 안타깝다거나.. 아무튼 이런 감정적인 부분은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연애만 합니다. 소재로 사용되는 여주인공의 과거사는 실제로는 이야기의 진행을 만들려 하고 있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그런거는 아무런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라고 역설을 하고 있다란 느낌입니다. 연애를 하는데 연애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심지어 사랑도 부가적인 것이겠죠.

연애경험이 전무한 저로서는 간접경험을 위한 미디어에서만 봐왔지만 연애를 하는 두 남녀가 "나 사랑해?"라고 질문을 던지고 긍정이든 회피든을 상대방이 하곤 합니다. 사랑과 연애가 특별한 관계가 있을까요?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연애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수학과 교수가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것으로 봅니다. 서로 충분필요조건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며 연애를 하는 과정이 사랑하기 위한 방법도 아닐것입니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그 두가지는 별개란 생각입니다. 연애란 관계가 깨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다란 것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말중 후회하는 것들중에 하나가 "너를 사랑해, 나랑 사귀어줘"가 아닌가 합니다. 꽤 오래전이었고 멋모를때긴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말로만 이루어진 정말 나쁜 말이라 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저는 저 두가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사귀자"라는 말을 딱 한번 더해봤습니다.(그리고 보기좋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뭐 그런 이유로 저에게서 멀어진 사람도 있고 아예 가까이 오지도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란 생각에.. 그 말들의 무게때문에 그냥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연애의 대상은 찾고 있습니다. 저의 삶을 공유해 주고 그사람의 삶을 받으면서 서로의 나쁜 것들을 감싸 주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서로의 좋은 것들을 서로 공유해 보고 싶은 목적입니다. 기쁜 일이 있을때 혼자서 폴짝폴짝 뛰어 봤자 재미 없거든요. 하지만 사랑의 대상은 찾지 않습니다. 아니 찾을 수 없는 거겠지요. 마치 길거리를 가다 무심결에 들은 노래에 매료되었지만 제목도 가수도 알지 못하게 되고 다시는 듣지 못하지만 계속 마음속에 그 노래에 대한 감정이 평생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봅니다.